전제덕은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생후 보름만에 찾아온 원인 모를 열병으로 시력을 잃었다. 7살이 되던 해 시각장애자 특수학교인 인천 혜광학교에 입학해 초중고 과정을 마쳤다. 혜광학교 입학직후 교내 브라스밴드에서 북을 연주하면서 음악과 처음 만났다. 중1때 학교 재정문제로 브라스밴드가 해체되면서 사물놀이에 입문, 장구채를 잡았다.

고1이던 1989년 혜광학교 동창 3명과 함께 제1회 '세계 사물놀이겨루기 한마당'에 출전,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이 대회는 당초 서서 하는 '선반'과 앉아서 연주하는 '앉은반'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르는 방식이었으나, 멤버 모두가 시각장애인었던 까닭에 선반 연주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들의 놀라운 연주에 감동한 심사위원들이 즉석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예정에도 없던 '특별상'을 신설해 시상했다.

이를 계기로 동 대회는 2회부터 '선반'과 '앉은반'을 분리해 시상하기 시작했다. 고교 졸업후 이듬해인 1993년 이들은 '다스름'이란 팀이름으로 동 대회에 다시 출전,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고 전제덕은 MVP를 받았다. 이후 '다스름'은 팀이름을 '사물 천둥'으로 바꾸고 김덕수 산하 사물놀이패로 활동했다.

전제덕이 하모니카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6년 라디오방송을 통해 우연히 투츠 틸레망(Toots thielemans)의 연주를 듣고 나서부터다. 투츠 틸레망은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재즈하모니카 연주자. 투츠 틸레망의 연주에 깊은 감동을 느낀 전제덕은 투츠의 음반을 모두 섭렵, 재즈하모니카를 독학으로 터득했다.

전제덕은 현재 국내 유일의 재즈하모니카 연주자다. 세계적으로도 재즈하모니카 연주자는 손으로 꼽을 정도.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피나는 노력으로 '하모니카 마스터'가 된 그는 놀라운 연주력으로 재즈 연주자들 사이에서 오래전에 이미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그의 연주력에 주목한 많은 대중가수들이 음반 세션으로 그를 초청해 조성모, 박상민, 조규찬, 이적, BMK, 김정민 등의 음반에 참가했다. 또한 영화 '똥개' '튜브' 등 많은 OST음반에도 참가했다.

전제덕은 서정적 감수성과 화려한 테크닉을 동시에 갖추고 있으며, 재즈의 즉흥연주에도 탁월한 재능을 보유하고 있다. 2003년 재즈보컬 말로의 3집음반 '벚꽃지다'에 음반세션으로 참가해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영혼까지 흔들만큼 짜릿하고 영롱한 소리"라는 극찬과 함께 '한국의 투츠 틸레망'이란 별명을 얻었다.

들숨과 날숨을 이용해 연주하는 악기는 하모니카가 유일하다. 그래서 하모니카는 인간의 체온에 가장 가깝다. 따뜻하면서도 쓸쓸한 이 악기의 음색은 그 주인인 전제덕을 닮았다. 하모니카는 불과 한 뼘 남짓하지만, 전제덕의 하모니카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크기와 깊이는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전제덕은 하모니카를 만나 온전한 기쁨을 얻었고, 하모니카는 전제덕을 만나 온전한 생명을 얻었다.